역사는 진보하지 않으며, 따라서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는 없다. 역사의 종말을 함축하는 이러한 반역사적인 사고는 흔히 반사회적인 '불온한' 저항 세력들의 성향으로 일축된다. 하지만 이러한 '불온한' 생각으로 역사 앞에 맞선 사람들이 있었다. 독일 보수주의 지식인들이 그렇다.
이 책은 '보수 혁명'이라는 형용 모순적인 대립개념어에 담겨 있는 역사적 의미 그리고 이를 행동의 축으로 삼은 20세기 독일 보수주의 지식인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또 다른 지식인의 모습을 소개한다. 이 땅에 진정한 보수주의가 형성되기를 염원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깨우칠 의사 역시 전혀 없다고 분명히 못박고 있는 저자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좌익은 진보·혁명이며, 우익은 보수·수구', '보수주의는 단지 전통과 기득권을 수구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 이 땅의 정치·지식인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