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순 선생의 가 나왔다 唐詩를 우리말로 옮긴 여러 판본이 있지만, 라는 제목이 말하듯, 정통으로 한학을 공부하셨고, 60여년 한문을 가르쳤으며, 또 우리말의 옛 정서를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계시는 선생의 작품이기에, 이 책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선생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한학자 가운데 한 분일 뿐 아니라, 4?19의 분수령이 된 교수 데모의 선두에서 독재와 정면 대결하는 시국 선언문을 작성하셨고, 또 불의한 시대에 맞서 교수직을 내던지는 용기를 실천하셨던 분이다. 또 젊은 후진들에게 한학을 전수시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를 설립하여 전통적인 서당 방식으로 교육시킴으로써 많은 후진들을 양서하셨다. 선비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셨던 것이다.
이러한 선생의 풍모로 인해 많은 독자들이 선생의 글을 찾았으나, 워낙 과작이신 성품이라 선생의 글을 대하기 어려워 아쉬움이 컷던 것도 사실이다. 지곡서당의 학생들조차 수십년 전에 절판된 선생의 저작을 고서점에서 간신히 구해 복사하여 공부하는 실정이었다. 오히려 이웃 일본에서 나온 선생의 가 선생의 작품으로 찾아보기 쉬웠다. 글을 꼭 남기시라는 주변의 권고와 출판사의 간청으로 이제 10년만에 중보신판이 나오게 되었다. 초판이 나온 지 근 50년 만의 일이고, 아흔을 내일모레 바라보시는 선생의 한학 한 평생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선생님은 이 책을 내신 그 해, 1999년에 이 책을 마지막으로 돌아가셨다).
이 책은 기존의 판본들과 몇 가지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우선 한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선생의 지론에 따라 정해(직역)를 중시하였다는 점이다. 또 당시에 접근하는 가장 전통적인 체제인 자구, 통석, 감상 등을 충실히 하여 한문의 초보자라도 능히 당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이한 것은 한시를 우리말로 옮기는 선생만의 독특한 풍격이다. 김억과 김소월이 한시에 능통했기 때문에 주옥같은 우리말 시를 남길 수 있었다는 선생의 해석과 연관지어 보면 의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