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의 시간을 사이에 두고,
독실한 무슬림 여행가와 얼치기 성공회 여행가가 엮어가는
한 편의 로드무비”
2015년 11월 13일의 프랑스 파리 테러 참사를 기점으로, 아랍은 또 한번 악의 세력으로 단죄되었다. 파리 테러는 IS로 상징되는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예외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도처에서 아랍과 이슬람을 규탄하고 심지어 매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명국 프랑스(그리고 9?11의 피해자 미국) 이전에 시리아, 이라크, 예멘, 이집트 등 아랍 곳곳에서 이루어진 학살, 폭격 등은 존재하지 않는 것, 중요하지 않는 것인 양 취급되었다. 사람 목숨까지 차별하고 위계화하는 현대 세계의 비정하고 잔인한 맨얼굴을 드러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테러에 분노하고, 극단주의 세력을 혐오하는 우리는, 폭격과 학살의 피해자들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우리는, 그들―아랍과 이슬람과 그곳 사람들―애 대해 과연 무얼 알고 있을까. 제대로는 고사하고, 언론을 통해 융단폭격처럼 퍼붓는 조작과 날조의 사실 말고, 과연 무얼 알고 있을까. 특히, 우리처럼 먹고 마시고 일하고 감사하고, 또 웃고 울고 가끔은 서로 다투기도 하는,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아랍인에 대해 아는 게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에 매료되어, 그 여행길을 좇아가는 형식을 취한 이 책은 저자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20세기 말 아랍, 아랍인들의 세태풍속, 생활감정과 정서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대를 위해서라면, 진정한 이해를 위해서라면, 아니 분노를 위해서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은 그 작은 파편들을 촘촘히 담고 있다.
이 여행은 모로코에서 시작해, 나일 삼각주와 카이로, 상이집트를 거쳐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시리아 북부, 오만, 도파르, 쿠리아 무리아 제도, 아나톨리아를 거쳐 크림 반도와 콘스탄티노플에 이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