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역이라는 소개와 함께 또다른 『삼국지』가 번역되어 나왔다. 역자인 조성기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이며, 고전 연구가이다. 중국어 문장은 대개의 경우, 우리 나라 문장과 비교해 짧은 편이다. 물론 이는 어디서 끊어읽느냐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현대 중국어 문장에서 보듯이, 중국어는 접속사나 관계대명사로 연결되어 길게 이어지는 문장이 드물다. 여기서 정역이란 이런 중국어 어세를 그대로 살렸다는 뜻이다. 역자는 스스로 하드보일드 문장이라고 썼는데, 헤밍웨이를 연상케 할 만한 간결함이 목표라면, 이 삼국지는 분명 이전의 삼국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아래는 유명한 도원결의 장면이다.
형제의 차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맹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의논없이 원문 그대로 번역했다. 결의의 술자리를 단 세 문장으로 끝내는 대단한 박력이다.
가장 훌륭한 번역은 간결한 번역일 것이다. 이에 덧붙여 한자어, 한문투 문장, 긴 한시를 모두 뺀 새로운 삼국지는 삼국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는 물론, 간결한 문장을 익혀야만 하는 사람(이를테면 중고등학생)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