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가 불러온 과도한 합리주의는
인간을 어떻게 ‘괴물’로 만들었나
‘무의식의 그림자’를 파헤친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세계
스탠리 큐브릭은 영화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혁신적인 작품을 창조해낸 감독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등 그의 작품은 개봉될 때마다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사회철학적인 내용과 심미적인 영상 테크닉으로 전 세계 영화 마니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영화사상 가장 충격적인 작품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인류의 수만 년 역사를 유인원의 돌도끼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단 하나의 매치 컷을 통해 압축적이고 심오하게 표현한다.
큐브릭은 또한 ‘그로테스크 미학’의 능수능란한 장인이었다. 그는 희화화와 블랙 코미디의 극단적 형식을 통해 인간 육체의 구역질나고 공포스러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창조했다. 관객들은 이런 이미지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이상한 종류의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큐브릭의 첫 장편 극영화 『공포와 욕망』(1953)에서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1999), 그리고 큐브릭 사후 스필버그에 의해 완성된 『A. I.』(2001)에 이르기까지 큐브릭 영화들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담고 있다. 그의 영화들에 대한 도발적 분석뿐만 아니라, 제작 배경과 문화적 맥락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큐브릭이 단지 차가운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모순과 인간적 한계를 뜨겁게 고민했던 예술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