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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 세기의 가문
글쓴이
우베-카르텐 헤예 저/박현용 역
출판사
책세상
출판일
2016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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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역사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며
파시즘에 맞서 싸웠던 벤야민가의 다섯 인물들
그리고 그들 삶을 관통하는 20세기 독일의 뼈아픈 역사


미완의 유작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아우라’ 개념으로 오늘날 철학, 미학, 정치학 등의 학계뿐 아니라 작가, 감독, 음악인 등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상가 발터 벤야민. 한나 아렌트가 “시인이 아니면서도 시적으로 생각했다”고 감탄했고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마법사” 같다고 했을 정도로 독창적인 언어 사용을 펼쳐 보였고,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유를 보여주었지만 하필이면 20세기 독일에 유대인으로 태어난 탓에 그 천재성을 꽃피워보지 못하고 스러져간 비운의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가문에는 발터 벤야민 외에도 20세기 독일의 굴곡진 역사를 극적으로 살아낸 인물들이 있다. 공산주의자 의사로 활동하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학살당한 게오르크(발터의 남동생), 사회학자로서 소외된 여성과 아동의 현실 개선에 몰두했던 도라(발터의 여동생), 동독 법무부 장관으로서 파시즘 청산에 헌신한 힐데(발터의 제수), 평생 가족사와 싸웠고 법학자로서 동독 현실사회주의의 실패 원인을 찾기 위해 고투했던 미하엘(발터의 조카) 등이 그들이다.

빌리 브란트의 연설문 작성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독일의 저널리스트 우베-카르스텐 헤예가 쓴 이 책 《벤야민, 세기의 가문》은 1892년 발터 벤야민의 출생에서부터 2000년 미하엘 벤야민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에 걸친 벤야민 일가의 궤적을 추적한다. 나치의 파시즘과 민족주의적 광기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도,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며 저항 정신을 잃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에는 오늘 우리의 무기력한 절망을 묵직하게 뒤흔드는 힘이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파시즘과 지난한 싸움을 계속했고 통일 후에는 신나치 극우 단체들 때문에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 독일의 뼈아픈 경험담은 분단과 과거사 청산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지금의 한국 사회에 유효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상처와 과오로 얼룩진 역사를 다시 성찰하는 일의 의미를, 당시 살아 숨 쉬었던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내고 그들이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복기함으로써 “망각에 대해 봉기”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포르부 시에 있는 발터 벤야민 기념비에는 그의 논문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 나오는 다음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기억은 유명한 사람들의 기억보다 존중받기 어렵다. 그러나 역사의 구조는 이름 없는 자들의 기억에 바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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