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의 눈빛, 표정, 말투로 인격 혹은 인품이란 걸 가늠해볼 수 있는데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이 기억하는 박완서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 그리고 그들과 박완서님 사이에 나눈 문답은 어떤 것일지 나로 하여금 궁금증과 호기심이 가득 들게 하였다.

대담을 요약해보면 주로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즈음해서 '나목','미망','친절한 복희씨','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등 작품과 관련된 얘기와 개인적인 가정사와 관심사, 그리고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가 다뤄지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그건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대담 하나마다 엄청 몰입한 나머지,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과 그들을 대하는 박완서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데다 언젠가 스치듯 보았던 TV인터뷰 장면이 교차하며 박완서님의 환하게 웃는 모습과 조곤조곤 대답하면서 때론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 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한 사람의 독자로서 늘 그리워하고 꼭 한번 만나뵙고 싶었던 분이라 더 그런 듯도 싶다. 대담집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어느날, 독자가 불쑥 집앞에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귀찮을 법도 하고 화가 날 법도 한데 허투루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얘기엔 왠지 작가님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대담집 말미에 담긴 이병률 시인의 작가님을 몹시 그리워하는 글을 읽으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조금 울컥하기도 했는데... 그 분을 그리워하는 이가 참 많은 듯 하다. 나 역시 그러하고. 정말 조금만 더 계셔주셨더라면 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

예전에도 다른 글에서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거의 유일하게 전작읽기를 해보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바로 이 분, 박완서님이기에 한 권씩 만나보고 싶었지만 '미망'은 재밌게 읽었지만 좀처럼 쉽게 읽히지 않았던 '나목'의 후유증인지는 몰라도 소설보단 자꾸만 에세이집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 아닌 대담집이지만 소설이 아닌 실제 박완서님의 생각을, 고매한 인품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평소 박완서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었는데 이 책이 그런 나의 호기심과 목마름을 어느 정도 채워준 듯 하다. 그리고 읽은 책보단 읽지 못한 책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 작으나마 위안을 가져다준다. 한 권씩 차근히 읽다보면 분명 또다른, 진한 그리움을 불러오겠지만, 소소한 기쁨도 함께일 테니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