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동화란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할까? 모르긴 해도 어린이의 세계를 무조건 미화하거나 단순화시켜 어린이의 의식과 태도를 삶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동문학을 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동심 천사주의'라고 일컬어지는 이러한 경향은 아직 많은 동화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동화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현실이 가진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도록 만들어 주고 있어 매우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해도 아깝지 않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은 소재가 다양하고 기법도 여러가지이지만, 한결같이 삶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요란하거나 경박스럽지 않아 미덥다. 같은 작품을 보면 이 작가의 작품 세계가 일목요연하게 다가온다. IMF로 인해 귀향하게 된 한 가족의 아픔을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는, 시련 앞에서도 의연한 사람의 이미지를 묵직한 가마솥으로 제시한다. 굴렁쇠처럼 모든 일이 잘 굴러 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이 인생이란 것, 큰 일을 위해 가마솥에 다시 기름칠을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할머니의 말씀과, 가마솥을 옮기며 게걸음을 걷느라 웃음을 터뜨리는 누나와 주인공 소년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가고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건강한 사람의 모습이다.
표제작인 를 비롯하여 함께 수록되어 있는 다른 동화들도, 허영과 거짓을 찌르고 삶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온기있는 작품들이며, 사람다운 사람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추구해 가는 성실한 작품이다. 같은 경우에는 평생을 잠녀로 보낸 할머니의 생애를 소재로 하여 제주도의 향토색과 할머니의 삶의 신산함과 아름다움을 엮어 낸 보기 드문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에 강한 개성을 지닌 좋은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