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전거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있는데도 매일 밤늦은 시간에나 집에 들어가 이미 잠든 아이의 얼굴만을 만난다.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컴퓨터는 오히려 시간을 더 빼앗았고, 자동차와 전철의 등장은 통근거리를 최대 두 시간까지 늘렸다. 아파트 생활의 즐거움은 적어도 10년간에 걸친 융자금 납부라는 올가미로 자리잡았고, 그래서 우리는 융자금을 갚고 노후를 보장받기 위해 평균적으로 매일 한 시간씩 멍한 정신으로 출근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 그러고도 또 저녁이면 원치 않는 술자리에 갔다가 늦은 시간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이혼 가정은 늘고 아이들은 길거리를 방황하게 된다.
이러한 모순된 삶으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자신들이 생각한대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침묵과 명상과 노동의 즐거움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들, 바로 이 책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의 필자들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실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그저 관성에 의지해 나날을 소모적으로 보내고 있을 뿐인 이들에게 '적게 소유하고 많이 존재하는'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전원 플러그를 뽑고 그 대신 자연과 자신의 생명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들. 이들의 메시지는 낮고 조용하지만 동시에 사려깊다.
이들처럼 소박함과 내적 풍요를 중시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는 잡지가 있다. 이라는 잡지인데, 이 책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은 바로 이 잡지에 소개된 글들 중에 몇 십 편을 가려 묶은 것이다. 은 스스로를 러다이트(기계혐오자)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미국의 궁벽한 시골에서 타자를 치고, 판형을 짜서, 손으로 찍어내는 잡지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소개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되도록 천천히, 그리고 조용한 방식으로 일하기 위해 컴퓨터 대신 사람의 손을 이용하고 있다.
을 취재했던 의 기자가 2주 뒤 신문사를 그만 두고, 시골의 농사꾼으로 변신한 이야기는 이 잡지를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한 숱한 사람들에 관련된 일화 중 하나일 뿐이다. 겉보기엔 초라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현재 그 어떤 간행물이나 미디어도 갖지 못하는 정신적, 도덕적 권위를 누리고 있는 잡지 . 이 잡지의 정신은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의 글은 모두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강하게 붙잡는다. 질박한 느낌의 본문 판화와 이철수 씨의 표지화가 읽는 맛을 더해 주는 이 책은 우리 각자가 소비자와 고객으로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유롭고, 고귀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이 지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