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실천자’, 그들이 꿈꾼 나라
『소학』에 담긴 주자의 국가·사회철학을 이 땅에 실현하고자 했던 ‘소학실천자들’
‘사림파 vs 훈구파’의 대립구도 속에 잊혀왔던 거대한 개혁정신의 핵심을 들여다본다
기존의 조선 전기사 연구는 훈구파 vs 사림파의 사회경제적 기반 차이를 드러내면서 그 갈등과 대립구도 속에서 이후 붕당정치로 나아가는 기틀이 잡혔다는 전제를 두고 역사를 파악했다. 반면 이 책 『조선 전기의 사림과 소학』의 저자 윤인숙은 ‘사림’을 특정한 경제적·지역적 기반을 지닌 배타적 세력의 명칭이 아닌 폭넓은 사상운동의 ‘트렌드’로 인식한다. 따라서 제1부에서는 ‘사림’의 정치관·가치관·인간관이 조선 유학의 도통(道統)을 잇는 김종직-김굉필-조광조 등 걸출한 유학자들을 구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통해 어떻게 체현되고 확대되었는지 밝히면서 책을 시작한다.
이들은 특히 기존에 ‘어린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치부되었던 『소학』에서 주자의 핵심적인 정치철학을 발견하고, 스스로 ‘소학’이 제시하는 삶의 자세를 가다듬으며 ‘수신’ ‘제가’ 이후 ‘치국’ ‘평천하’를 하고자 했다. 제2부에서는 주자가 『소학』에 담아낸 유학적 가치관, 도덕관, 정치관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이 조선 전기의 ‘소학실천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소개한다.
이 책이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특정한 경제적·지역적 기반을 지닌 배타적 세력으로서의 ‘사림파’가 아니라, “집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아가서는 왕에게 충을 바치며”, “공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옷차림과 자세를 경건하게 가다듬는” 가치관과 태도를 지닌 이들의 느슨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친구관계, 사승관계, 혼인관계 등으로 서로 인연을 쌓고, 때로는 계모임을 통해 교류를 다졌다. 이 책 제3부에서는 그들이 『소학』을 사상적 공통기반으로 삼고 중앙정치 차원에서 수행한 개혁의 논리를 차근차근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제4부에서는 중앙정치구조의 개혁에 머물지 않고 ‘만민의 교화’를 위하여 향약과 서원, 서당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주자학의 가치관과 도덕관을 전파했던 움직임이 포착된다. 결국 이들 ‘소학실천자’들의 개혁은 기묘사화 이후 좌절되었지만, 『소학』과 거기 담긴 가치관은 조선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주류 유학으로 정립되어감을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아는 진정한 ‘조선’의 탄생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