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제는 자본주의처럼 필요악인가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eaber)는 왜 우리가 하루 중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서류를 작성하는 데 소모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현대 사회가 ‘전면적 관료화’가 된 현상에 주목한다. 정부 업무는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금융, 학교에도 관료주의가 널리 퍼져있다. 권력 기관은 제도와 규제처럼 당연해 보이는 규칙을 통해 개인들을 손쉽게 통제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직업을 얻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점점 과도해진다. 자유주의자들은 특히 시장에서 규제철폐를 주장하지만, 또 다른 규제로 대체됐다. 대기업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또 다른 규제를 원한다. 절대왕정 시대와 비교하면 세상은 훨씬 더 관료제화 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옳고 그름을 떠나, ‘자유’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권위에 대한 날 선 비판에서 노엄 촘스키에 비견되는 런던정경대(LSE) 교수로, 관료제라는 일견 무미건조해 보이는 소재에 독특한 문체와 사례로 생기를 불어넣는다. 카프카의 소설『심판』, 미소 우주개발 경쟁 사례나 ?배트맨? 같은 영화가 등장한다. 종횡무진하며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자본주의나 관료제나 아무리 공고해 보이는 시스템이라도 그것이 없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꿔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