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풍경, 작가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는 등장인물들. 여러 모로 신장현의 첫 단편소설집은 특이하다. 그는 단편집 내내 도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주인공이 직장을 가지고 있는 소설집을 언제 봤더라?'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도시의 직장인들을 좇는 작가의 시선이 집요할 정도다.
게다가 이 등장인물들에게선 작가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하청업체, 교각 건설 현장, 병원 등 소설에서 보기 힘든 곳들, 작가와는 연관이 없을 듯한 곳들이 배경을 이룬다. 아마도 소설 속 '나'와 작가가 너무도 쉽게 겹쳐지는 소설은 의도적으로 피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97년 등단 이후 사 년만에 첫 단편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던 것은 이유가 있다. 자기 얘기를 풀어내는, 좀더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명실상부한 '허구'를 만들어내려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신장현의 도시 풍경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단절되어 있다. 하지만, 표제작인 의 질문을 독자에게도 던져볼까? "1994년 10월 21일 아침,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이런 질문으로 각각의 도시 풍경은 병풍처럼 이어진다. 아참, 1994년 10월 21일 아침, 많은 도시인들은 TV 앞에 있었다. 서울의 어느 다리가 붕괴된,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