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그리스계 영국인 라프카디오 헌은 일본 전래민담에서 소재를 얻어 창작한 『괴담Kwaidan』을 발표했고, 그해 일본 언론과 학계, 문단은 이 푸른 눈의 기록자에게 열광했다. 저명 저널리스트였던 작가는 사무라이의 딸이었던 아내에게 끊임없이 일본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였으며, 결국 메이지 시대 일본 최고의 원령이야기 수집가로 남게 된다. 고바야시 마사키가 영화화해 널리 알려진 「귀 없는 호이치」를 비롯한 『괴담Kwaidan』의 단편들은 초자연적 신비함으로 가득한, 일본 문학사상 가장 기괴한 요괴 이야기이다. 두렵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요괴와 원령들은 그의 글 속에서 더 아름답게, 더 기괴하게 진화하며 우리를 찾아온다.
라프카디오 헌의 글은 서양의 고딕소설들처럼 소용돌이치는 공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그의 글에는 이미지가 응축되어 있으며 섬세한 문체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말라버린 벚나무와 꽃이 핀 지붕의 잡초에서는 애처로운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흰 옷을 입은 여인네에게는 이승의 한이 묻어난다. 또, 사별 뒤 절절한 그리움이 환생으로 이어지는 「오테이 이야기」나 죽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나비로 찾아온 「호라이」, 말로 전하기 어려운 곡진한 감정이 시로 표현된 「푸른 버들 이야기」는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는 21세기 독자들에게도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