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훈장을 달고 있는 흑백 사진 속의 남자 위로 떠있는 붉은 이름이 상징하는 바, '일본에서 천황이 모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역사적 진실을 생매장시키고 전쟁 지향적인 군부의 희생양으로만 미화되었던 히로히토에 대해 에드워드 베르가 내미는 기소장. 『마지막 황제』의 작가인 그는 만주에서 자료를 수집하던 도중 히로히토의 실체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히틀러, 무솔리니와 더불어 세계제2차대전을 야기한 전범 가운데 한 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일관하며 전쟁과는 무관한 생물학자로서 그 죄를 사면 받았던 제124대 일왕 히로히토. 에드워드 베르는 메이지유신, 다이쇼 시대, 히로히토의 침략으로 이어지는 3대 100년간에 감춰지고 은폐된 습습한 일본 과거사에 매스를 들이대며 과감한 어조를 시종일관 놓치지 않는다. 교활한 기회주의자로서의 히로히토의 본모습, 히로히토 승려 만들기, 한발 늦은 원폭 개발 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 침략사의 어두웠던 구석구석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