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의 바른 이해에는 비문을 한서나 후대의 유사기록과 분리해서 비문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것, 곧 신화의 다원성을 바탕으로 해서 접근한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광개토왕비는 장수왕이 부왕의 사거를 애도하여 건립한 것으로, 그곳에는 부왕의 훈적을 칭송하는 내용도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비문은 광개토왕의 통치내용을 기록한 사료로 인정되고 있었으나 그렇게 단정할 수만은 없다. 비문은 사실을 기술한 사료라기보다는 고구려 왕실의 정통성을 확인하는 텍스트이기 때문에, 그곳에는 고구려와 대등하거나 저항하는 세력은 존재할 수가 없다. 일시적으로 저항하는 세력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인 복속을 확인시켜주는 저항에 불과하다. 따라서 비문을 왕실의 텍스트로 인정할 때, 비문이 여타 사서와 다르게 기술된 이유나, 중국에 관한 기술이 생략된 이유 등도 자명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