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 구속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속의 작은 철학 이야기와 문화비평, 나아가 한국 사회의 여러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한 비평적 개입을 여러 소품들로 묶어 선보이고 있다.
윤이상, 하이네 등 조국을 떠나 돌아갈 수 없게 된 지식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젊은 지식인들에게 당부하는 글도 있다. 한국에서의 대연정 논란과 개헌 논란 등을 지켜보면서 쓴 글도 있다. 대통령제에서 동거정부를 말할 수는 있지만 대연정은 내각제가 아니고서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대목도 있고, 정치가 법률적 형식논리에 종속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부분도 있다. 분단이 신비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통일 역시 어느 날 불현듯 다가온다는 식의 신화적 주장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독일 통일 사례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이해하는 논의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송두율 교수의 이전 저작들과는 달리 쉬운 문체로 우리의 경험과 일상의 소재를 많이 활용함으로써, 결코 단순하다 말할 수 없는 송 교수의 사회철학이 갖는 특징을 쉽고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소위 ‘공안사범’으로 표현되는, 우리 사회 이데올로기의 바깥에 존재하는 타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으로, ‘해방 이후 최대 거물 간첩사건’으로 불린 2003년과 2004년 ‘그 시절’을 돌아보면서, 송 교수 개인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