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진은 방―부엌―마당의 축소된 공간 속에 세계를 담아 놓고, 물과 불의 복합적 상상력을 통한 몇 개의 비유적 이미지들로 유년의 상처를 뜨겁고 격렬하게 달구거나 혹은 차갑고 섬찟하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우리를 자신의 내면 공간 안으로 끌어들여 한 인간의 유년기를 동시 체험하게 한다. 우리는 정화진의 첫 시집에 적힌 검은 영혼의 기록을 하나씩 넘겨 가면서, 유년의 세계가 어떻게 현존재를 얽어매 놓고 있는가를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진정한 초월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성찰을 계속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하재봉(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