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례의 시적 상상력의 한끝에는 시골의 소읍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있으며, 다른 한끝에는 언니의 죽음이 있다. 시인은 언니가 죽음으로 도달한 서천의 깨끗한 세계를 삶으로, 시로 도달하려고 한다. 그 세계는 벌써 삶의 오물인 과거로부터 벗어나 있다. 붉은 하늘과 저녁 둥지를 트는 새들이 시인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은 그것들이 순결하기 때문이다. 시인의 마음이 뜨거운 것도 그 끝이 차가운 것도 모두 그가 그 순결성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순결한 마음은 순결한 것에 약한 마음, 그 함정에 빠지는 마음이 아니다. 저 순결한 기원은 거기 있는 것이며 거기서 빛나는 것일 뿐 누구에 의해 범해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이를 길을 곡진하게 또 곡진하게 따라가야 할 것이나 과거를 다 청산할 수도 결코 거기에 이르지도 못하리라는 것, 그것은 시의 허망한 몫이다. 그러나 그 세계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확신하는 것, 그것은 시의 위대한 몫이다. - 황현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