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요즘 참 인기있는 작가이다. 사실 대중적인 소설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이 사람의 글을 열심히 읽는지, 또 책을 내기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쉽게 올라버리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나같이 약간 고리타분하고 생각많은 사람들이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나오는 책마다 인기를 끄니 나는 참 당황스럽다..^^;;

알랭 드 보통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란 작품을 통해서다.

언뜻 들으면 흥미진진한 연애소설일 것 같지만, 남자주인공이 로맨티스트도 아니요 꽃미남도 아닌 '철학자'라는 사실을 알면 금새 흥미를 잃어버릴 사람...많을 것이다.

연애소설로 착각할 만한 보통의 또다른 작품으로는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 있다.

나는 사실 이 책 둘다 재미가 없어서 결국 완독하기에 실패했다.

그래서 철학자 남자친구가 왜 그 여자를 사랑했는지 그 이유를 모른채 책을 덮었고, 키스하기 전에 왜 그렇게 많은 말들을 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채 - 키스 장면도 못본채 - 책읽기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리고 왜 그 책들이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도 모른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랭 드 보통을 너무나 좋아하고 그의 신간이 나오자마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사게 된 이유는 ...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과 <여행의 기술> 이란 또다른 작품때문이다.

보통의 책은 언제나 철학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다.

삶에 필요한 철학을 알고 싶다면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읽어보라.

그리고 유적지에서 사진찍기로 일관하는 여행이 신물난다면 <여행의 기술>을 읽어보라. 창조적이고 재미있으며 여행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전문기술들(?)이 수록되어 있다.

아무튼 이런 연유로 이 책 <행복의 건축>도 많은 기대감을 안고 읽게 되었다.

보통은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주변의 건물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사실 일상생활에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건물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획일적인 네모상자들과 대화하기란 참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는 보통이 말하는 '도덕성'과 '미덕'을 느끼기가 참 어렵다. 내가 아직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건물들을 보며 이렇게 깊은 사고를 하는 알랭 드 보통이 존경스럽고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이 주는 기쁨은 나가사키에서 런던, 6세기 비잔틴 스타일의 모자이크에서 18세기 영국 바스의 로열 크레센트에까지... 흑백사진 속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아름다운 건축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주제로 다가올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