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소설들에 나오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기 이익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정신보다 물질이나 육체를 훨씬 소중히 여기면서, 그것들을 삶의 가치를 재는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황혼』에 등장하는 젊은 여자는 자기도 늙어서 노인이 될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좁은 골방에 노인을 가두어 두고 하루 세 끼 밥만 먹여 드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시어머니를 공경할 줄 모르고 시어머니가 어떤 내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헤아려 주지 않는다.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남을 이해할 의지와 지혜가 없다. 물질적, 육체적인 결핍이나 불만보다 더 아픈 것이 정신적 소외의 고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타인의 진정한 아픔에 대해 상상하지 못하는 것, 그것은 그 자신이 사물을 물질적, 육체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 이 책은 『황혼』의 축약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