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통 시가(詩歌)인 하이쿠와 눈[雪]의 이미지를 접합시킨 단편. 간결하면서도 투명한 언어로 빚어낸 긴 산문시와도 같은 소설[눈]은 서양 작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적 세계관의 정수를 섬세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다. 또한 라이프 스타일과 더불어 정신세계까지도 서구화되어가는 우리에게 자칫 고루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정서가 서양인의 논리적이고도 구체적인 주제의식과 맞물려 오히려 정확하고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창작의 치열한 고통과 인생의 무게를 눈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환기시킨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아귀다툼 같은 일상에 묻혀 있었던 고요한 자신의 실존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