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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낮에 뜨는 별 합본(전2권)
글쓴이
채은 저
출판사
가하
출판일
2016년 4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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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채은

블로그 - http://blog.naver.com/onejy23
메일 - onejy23@naver.com

● 출간작
낮에 뜨는 별
푸른 별에 사는 여우
가시 뽑힌 장미

책 소개

분야로맨스
1. 작품 소개

※ 본 도서는 ‘낮에 뜨는 별’ 1, 2권 합본입니다.

“혹시 그쪽도 나처럼 그랬나?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고, 혹시 그쪽도 그랬어?”

실력도 외모도 되지만 올곧은 성격으로 인해 7년째 무명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황유라에게, 한류스타에다 만인의 연인인 강승현이 다가온다. 도대체 저의 뭘 보고? 믿을 수 없는 이 상황과 과거의 상처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녀를, 심지어 승현은 기다려주겠다고까지 한다.
저를 배우로서나 여자로서나 지지해주는 그에게 유라는 점점 빠져들기 시작하지만 톱스타와 무명배우의 차이는 크기만 한데…….

“이렇게 보니까 꽤 예쁘네.”
이것이 과연 도진이 수지에게 하는 말인지, 승현이 유라에게 하는 말인지 헷갈린 나머지 유라는 설레어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의 두 눈을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키스신, 해본 적 있어?”
“해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지, 지금…… 할 것 같은데요?”
그 순간만큼은 도진이 아닌 승현이었던 그가 예상치 못했던 유라의 신선한 대답에 절로 미소를 지었다.

2. 작가 소개

채은

로망띠끄 - 로맨틱가든
네이버 카페 - 채은's LUV http://cafe.naver.com/chaeeun1108

▣ 출간작

제국의 연인
제비꽃에 앉은 나비
am7시, 특별한 허락
낮에 뜨는 별

3. 미리 보기

‘저 남자가 정말 날 좋아하는 게 맞긴 한 거야? 나 지금 부산서부터 계속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어처구니없는 생각임을 알면서도 한 몇 초간은 모든 것이 꿈인 건 아닐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최강 비주얼에 성격까지 좋은, 참으로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그를 보고 있자니 별생각이 다 든다.
너무 멋지게 등장해주신 저 때문에 꿈과 현실도 구분 못하고 미쳐 환장하고 있는 유라의 심정을 꿈에도 모를 승현은 무대에 오른 직후부터 객석 곳곳을 둘러보며 유라를 찾고 있었다. 광수에게 유라의 좌석이 어디인지 물어본다는 걸 깜박하고 만 것이다. 무대의 핀조명이 너무 밝은 탓에 객석이 잘 보이지도 않으니, 수고롭게 됐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에서부터 추운 겨울까지 고생하며 촬영했던 기억이 나네요.”
순차적으로 건너온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하면서도 승현의 눈은 쉴 새 없이 유라만을 찾고 있었다. 아마 남들의 눈엔 그저 객석을 두루두루 쳐다봐주는 무대매너 정도로만 비칠 것이었다.
“아무쪼록, 두 시간 동안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결국엔 무대인사가 끝이 나고 무대에서 내려설 때까지 승현은 유라를 찾지 못했다. 주연들의 지정석에 앉자마자 승현은 휴대전화부터 꺼냈다. 승현의 휴대전화 액정에 문자창이 열림과 동시에 장내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스크린이 환하게 켜지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의 모습을 구석에서 계속해서 보고 있던 유라는 제게로 곧 문자가 올 것을 직감하고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손에 꼭 쥐었다.
드르륵.
역시나. 손에 쥐고 얼마 있지 않아 문자가 수신됨을 알리며 진동했다. 유라는 여전히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아랫입술을 말아 물며 문자를 확인했다.
[온 거 맞아? 어디 있어?]
그의 문자를 보니 이제야 그가 멀고 신비로운 연예인 강승현이 아니라, 가깝고 인간적인 강승현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러나저러나 저는 그가 보이는데 그는 저를 볼 수 없는, 그것이 뭐랄까 조금 짜릿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유라는 그의 뒷모습을 흘깃 보고는 답을 찍어 보냈다.
[난 선배 보이는데, 어디 있게요?]
주위의 시선이 있어 대놓고 두리번거리지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할는지. 승현은 다시 고개를 숙여 문자를 찍고 있었다.
[까분다.]
[흐흐, 오른쪽이요. 다섯 번째.]
문자를 받고서는 유라가 있을 법한 쪽으로 한번 고개를 돌리긴 했지만 이 어둠 속에서 단번에 그녀를 보았을 리 만무했다. 얼마쯤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잠히 스크린만 보고 있던 승현이 다시 문자를 찍었다.
[20분 후에 나와, 밖에 광수 형 기다리라고 할 테니까.]
문자를 확인한 유라의 눈이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래졌다. 나오라니, 그 말은 지금 얼굴을 보자는 뜻이 아닌가. 조금만 더 혼자 몰래 뒤통수 보는 희열을 맛보고 싶었건만. 아니, 실은 지금 바로 코앞에서 눈을 마주하게 된다면 정말 숨이 멎을지도 모른다. 문자이기에 그나마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을…….
유라는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져 다급하게 문자를 찍었다.
[나 선배 영화 보고 싶은데, 다 끝나고 나가면 안 돼요?]
사실 영화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핑계거리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승현은 너그러이 그러라 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안 돼. 너 뒤에 있는 거 알면서 못 보니까 삭신이 쑤셔서 내가 못 참겠어.]
핑계거리도 없고, 어떤 말로 답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고개를 들었더니 승현의 자리가 비어 있다. 무대인사를 하기 위해 처음 나왔던 좌측의 문으로 그가 막 나서고 있었다. 저더러는 이십 분 후에 나오라더니 그는 벌써 자리를 떠버렸다. 아무리 어둠 속이라고는 하나, 동시에 극장에서 몸을 빼내는 검은 그림자를 수상히 여길 눈들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만일을 대비해 시간에 간격을 두고 나오라고 했었던 건가 보다.
‘하, 어떡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떨려서는!’
꼭 껴안고 키스신도 찍었던 사이이거늘, 이상하게 오늘은 보기도 전부터 떨리더니 멀리서만 봐도 숨이 막힐 듯이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겠다. 지난 2주간 제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스스로도 감이 오질 않는다.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강승현 금단현상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나? 어떻게든 그를 보기 전까지 붕붕 떠오른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다 무심코 스크린으로 시선을 던졌다.
‘헙!’
어째서 여태 안 보고 있다가 하필 딱 고개를 들었을 때 외간 여자와 입술 부비고 있는 그의 모습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인지. 초반부터 키스신이 나오는 영화였을 줄이야! 이것은 분명 영화임을 모르지 않고, 그가 영화 속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유라는 왠지 가슴 한구석이 싸하니 따끔거렸다. 이래서야 앞으로 그가 찍을 영화 시나리오에 키스신이 있다면 목매달고 말리진 않을까 모르겠다. 그렇게 공과 사 구분 못하는 여자는 되고 싶지 않은데…….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솔직한 심정으론 그의 입술이 다른 여자의 입술에 붙어 있는 걸 보니 기분이 상당히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기어코 눈 동그랗게 뜨고 자세히 보다 보니 갑자기 부산에서 그와의 키스신이 떠올라 슬그머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도 저 입술 느낌 아는데…… 하는 생각이 뜬금없이 차올라, 혼자 어둠 속에서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어느덧 시간은 흐르고 흘러 승현이 말한 이십 분이 되었나 보다. 키스신을 본 이후로 영화에 푹 빠져 있던 유라는 손바닥을 간질이는 휴대전화의 짧은 진동에 문자를 확인했다.
[나와.]
그 문자 하나에 영화를 보며 겨우 다듬었던 마음이 또다시 두근 반 세근 반……. 유라는 긴 심호흡을 내뱉고 깊숙이 허리를 숙여 계단을 올라 나갔다. 제일 끝자리였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
“어, 유라 씨. 오랜만이네요.”
승현의 말대로 문밖 입구에는 광수와 진경이 있었다.
“네, 잘 지내셨어요?”
“덕분에요. 지금도 덕분에 밥 먹다 말고 내려왔어요.”
유라는 미안한 얼굴로 혀를 날름 내밀었다.
“아참, 식사하신다고 했었죠. 어떡해요, 죄송해서.”
“아니야, 막 다 먹었었는데 장난친다고 그러지.”
미안해 말라는 진경의 말에도 어찌됐거나 2주 만에 만나 한창 애틋할 때인 이들의 데이트를 방해한 것은 사실이라 유라의 미안한 맘이 확 가시진 못했다.
“어어, 진짜 장난이었는데 계속 미안한 표정이면 내가 더 미안하죠.”
“음…… 그럼 안 미안해할게요.”
“하하, 네 그렇게 해주셔야 저도 편합니다. 이쪽으로 따라와요.”
비상구로 빠져나가 광수를 따라 간 곳엔 예상대로 배우들의 대기실을 겸해 만들어둔 공간이 있었다.
“저기 마지막 방이에요. 우리 역할은 여기까지. 자, 우린 그만 가서 계속 데이트합시다, 진경 씨.”
“유라야 괜찮지?”
“그럼, 당연하지.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히죽, 유라의 미소가 참 어색하고도 씁쓸했다. 데이트를 방해할 수 없어 어쩔 도리 없이 보내긴 했지만 사실 함께 들어가달라고 하고 싶었다. 왠지 이대로 그와 단둘이 한 공간에 서게 되면 몹시 어색할 것 같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2주간의 시간이 그와의 만남이 앞선 마음에 이토록 어색함을 심어주게 될 줄이야.
어찌어찌해서 마지막 방문 앞까지 오긴 했지만, 문에 붙은 ‘강승현 님’ 그 이름만 봐도 입술이 마르는 걸 어쩌면 좋으냔 말이다. 완전히 그에게 다가서기로 마음먹었기로서니, 이렇게 떨릴 수가 있을까?
“후우…….”
유라는 깊은 심호흡으로 붉어진 얼굴을 달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에라 모르겠다,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이를 앙다물고 가만히 주먹 쥔 손을 올려 문을 두드렸다.
“저 들어가요, 선배.”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빠끔 눈알을 먼저 내밀었다. 문의 정면 테이블에 걸터앉아 막 생수를 집어 마시고 있던 승현의 눈과 정확하게 시선이 딱 부딪히곤 다잡은 마음도 소용없게 쥐고 있던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
‘으아, 어째 아까 전보다 더 멋있어질 수가 있어!’
무대 위에서 보았던 그와 분명 같은 옷 같은 얼굴인데 어째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더 멋있는 건 분명했다.
“뭐 해? 들어와.”
눈만 내밀고 들어올 생각을 않자, 입 가득 머금었던 물을 꼴깍 삼킨 승현이 그 특유의 애간장 녹이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쭈뼛쭈뼛 대기실로 들어서는 유라의 양 볼이 귀엽게도 물들어 있었다.
“흐음!”
조금 전까지도 광수, 진경과 대화를 했는데 짧은 복도를 걷는 그 잠깐 동안 입 다물고 있었다고 목이 잠겼나 보다. 유라는 컬컬하니 잠긴 목을 가다듬고 몇 걸음 걸어가다 더 이상 그와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멀찍이 어정쩡하게 멈춰 섰다. 그런 유라를 관찰하듯 가만히 쳐다보던 승현은 생수 뚜껑을 닫아 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네? 아뇨? 그런 거 없는데…….”
얼결에 억울해서 고개를 쳐들었더니 두 눈이 그의 눈과 똑바로 마주쳤다. 정말 뭐 잘못한 거라도 있는 사람마냥 절로 시선이 옆으로 피해가더니 승현의 뒤에 있는 거울로 향했다. 그 흔들리는 눈동자를 똑똑히 캐치해낸 승현이 팔짱을 껴잡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이것 봐, 너 시선 피하잖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날 똑바로 못 쳐다봐?”
“아니에요, 그런 거. 뒤에 거울 좀 보려고 그런…… 건데.”
변명을 하는 동안 테이블에서 허리를 튕겨 일어나 뚜벅뚜벅 제게로 다가오는 승현을 곁눈에 담고는 꼴깍 침을 삼키느라 중간에 말이 뚝 끊겼다가 붙었다. 승현이 어느새 그만의 포근한 체취를 맘껏 풍기며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유라의 눈알이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빙그르르 천장을 훑었다. 왜 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건지, 스스로도 참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래서야 사귀자는 말을 잘도 하겠다, 황유라!’
속으로 저를 마구 꾸짖으며 애꿎은 손톱만 만지작대고 있는데 어째 코앞까지 온 승현도 잠잠하니 말이 없다. 옆으로 시선을 두었던 눈동자를 슬슬 그에게로 향했더니 그는 등 뒤에 있던 소파 머리에 양 손바닥을 짚고 걸터앉아 시종일관 가시지 않았던 미소를 단 채로 저를 빤히 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젠 아주 반사적으로 다시 고개가 돌아가자 승현이 덥석 유라의 턱을 잡아 제게로 돌려놓았다.
“제대로 좀 보자. 2주 만에 보는데 자꾸 그렇게 피할래?”
“피하는 게 아니라…….”
유라는 승현의 손에 턱이 잡힌 채로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럼 뭐? 이유라도 알아야 이해를 하지.”
“실은…….”
머리 굴리는 소리를 요란히 내며 주춤거리던 유라는 극장을 나서기 전 보았던 영화 장면을 떠올렸다.
“나오기 전에 선배 키스신……을 봐서 그런가, 좀…… 부끄러워서요.”
그 이유도 아주 없달 수는 없기에 핑계로 이용하긴 했지만 역시 간만에 보니 너무 멋있어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는 쑥스러워서 죽어도 말 못하겠다.
“하루 이틀이야, 뭐 그런 걸 부끄러워해? 새삼스럽게.”
승현은 피식 웃으며 유라의 턱을 놓아주었다. 그래서 양 볼이 블러셔 떡칠한 마냥 붉었구나, 속으로 참 귀엽다 생각 중인 그였다.
“살 빠졌네.”
보기에도 조금 그런 듯싶었는데 볼을 만져보니 더욱 실감이 났던 모양이다. 승현의 말에 유라도 덩달아 할 말이 생겼다.
“그래요? 잘 모르겠는데……. 저보단 선배가 더 빠진 것 같아요.”
“그런가.”
제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승현이 뒤쪽 거울로 고개를 돌리자 베일 듯이 날카로운 턱 선이 확 도드라졌다. 그 모습이 또 어찌나 멋진지. 후진할 때 드러나는 남자들 턱 선이 그렇게 매력적이라더니, 이보다 더할까. 정말 간만에 봤더니 어디 하나 안 멋진 구석이 없어서 딱 환장할 지경이다. 하다못해 뒤를 돌아보느라 턱 선과 같이 도드라진 목의 푸른 핏대까지 멋져 보이니 말 다 했다.
‘뭐야, 나 혹시 변태야?’
유라가 그의 모습 하나하나에 가슴 떨려하며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을 승현이 다시 고개를 되돌려 딱 들키기 직전, 고맙게도 승현의 휴대전화가 그의 시선을 빼앗았다.
“잠시만. ……어, 창현아.”
자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울리는 전화를 받은 승현의 입에서 창현의 이름이 나오자 유라의 척추가 바짝 긴장하며 굳어졌다. 왠지 걱정하고 있던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창현은 영화를 보다 말고 승현이 자리에 없는 걸 발견하고는 어디로 갔나 싶어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들어갈 거야, 잠깐 일 있어서 나왔어. 그러는 넌 왜 영화는 안 보고 전화야? 참 매너 없으시네. ……뭐라는 거야? 하나도 안 들려. 영화 다 보고 나와서 전화해. ……문자 하든지, 그럼.”
약속 잡으려 했더니 어디 다른 데라도 갔을까 봐 급했나 보다. 영화관 안에서 곧장 전화를 해 속닥거린 모양인지 통 들리지가 않아 창현과의 통화는 별 내용 없이 그렇게 끊어졌다. 하나 무서운 속도로 문자가 날아와 승현의 휴대전화가 재차 그의 시선을 빼앗았다. 그가 무어라 문자 답을 하는 것을 보곤 왠지 마음이 다급해진 유라는 황급히 질문을 내뱉었다.
“시사회 끝나면 뭐 하세요?”
그는 문자를 찍으며 대답했다.
“기자간담회 있어.”
“아아…….”
“넌 뭐 할 건데?”
승현은 전송 버튼을 누르곤 고개를 들며 물었다.
“전 뭐…… 특별한 일은 없으니까…… 진경 언니랑 놀겠죠?”
“그럼 어디 가서 좀 기다려. 기자간담회 금방 끝날 거야.”
기다리라는 건 간담회가 끝나면 만나자는 뜻인가, 하고 노골적으로 묻고 있는 유라의 눈빛을 읽었는지 승현은 바로 답을 주었다.
“창현이가 여자 소개해준다는데? 같이 가자.”
“네에?”
지금 제 얼굴이 얼마나 괴기하게 구겨졌는지 거울로 보았다면 유라는 아마 기절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얼굴이 정말 내 얼굴인가요, 하며. 그 괴기한 표정이 승현도 적잖이 웃겼던지 소리 죽여 웃더니 진심인지 장난인지 모를 말을 툭 내뱉었다.
“옆에 앉아서 질투 좀 해달라고.”
실실 웃고 있는 게 장난이 분명하다. 유라는 반 노려보는 얼굴로 입술을 삐죽거렸다.
“선배도 참, 무슨 그런 농담을…….”
“농담 아닌데? 그럼, 나 그냥 혼자 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멀뚱멀뚱 쳐다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자니, 승현이 기대고 있던 소파 머리에서 떨어져 서며 말했다.
“여자 만나러 간다고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는데, 웬만하면 잡아주는 척이라도 좀 해주지?”
키도 2주 전보다 더 커졌나? 이렇게 마주 서서 제대로 눈을 쳐다보려니 검은자위가 뒤로 넘어갈 것만 같다. 아까완 다르게 빤히 그의 눈을 올려다보며 입술만 물던 유라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용기를 내어 입술을 달싹거렸다.
“잡으면…… 안…… 갈 거예요?”
“뭐?”
너무 작게 달싹였더니 정말 못 들은 눈치다. 재차 물으며 얼굴을 더욱 다가드는 바람에 그의 향이 콧속을 훅 찔렀다.
“안…… 안 갈 거냐고요. 내가 지금, 자, 잡으면.”
가까이 붙은 그의 얼굴에서 입가로 추정되는 부분이 소리도 없이 스리슬쩍 찢어지고 있는 걸 보니, 이번엔 확실히 들은 모양이다. 아래로 뚝 떨어진 시선으로도 그 모습이 어째 생생히 보이는 듯해 거의 가라앉았던 유라의 양 볼이 또 슬며시 붉어지려 하고 있었다.
“지금 그거, 나 잡은 거야?”
유라는 가만히 고개만 두어 번 끄덕였다. 미소 짓고 있는 그 얼굴은 희미하게나마 유라의 눈가에 자꾸만 간댕거리는데, 그는 그 후로 잠시간 말도 없이 그렇게 유라를 보고만 있었다. 유라가 긴장과 설렘으로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쑥스러워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포시 들려고 했을 때야 비로소, 시간이 멈춘 듯 움직임이 없던 승현은 부드럽고 조심스런 손길로 유라의 등을 포근히 감싸며 제게로 당겨 안았다.
“고맙다, 잡아줘서.”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이라 하더라도 승현에겐 1년보다 더 길었던 기다림이었다. 지치기 전에 이렇게 제 손을 잡아준 것이, 그 마음을 내어준 것이 승현은 이 순간 너무나도 고마웠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깊이 마음에 새겨버린 그녀, 이젠 온전히 내 곁을 지켜줄 연인이 된 그녀를 안은 승현의 팔이 더욱 단단히 유라의 등을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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