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예 시인 ‘여우’ 시리즈 세 번째 시집
어릴 적 고개 너머 보았던 외로운 여우, 안 보면 보고 싶어지는 그리운 ‘여우’들에 대한 시집, 『여우랑 여우랑』. 이 시집은 따스한 시선과 섬세한 감성으로 우리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린다. 시인의 주변에 있는 사람, 꽃, 바람 그 모든 아름다운 것들과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포옹”을 “사람과 사람의 / 가장 따뜻한 몸짓”이라고 표현하는 시인의 마음은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 서늘한 곳에 존재하는 얼음을 녹여내는 사랑의 온도로 다가온다.
시인의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주는 것들은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물이다. “감국” “달개비꽃” “모과” “풀꽃” 등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것들에서 시인은 인간을 알아가고 삶의 자세를 배운다. 그 싱그러운 것들이 왜 아무 대가 없이 한결같은 자세로 우리 곁에 자리하는지 그 이유를 실감케 하며, 그 생명들에게서 인간을 유화롭게 만드는 힘을 본다.
시인은 이 시집의 주된 심상인 가 닿을 수 없는 막연한 그리움과 외로움에 대해 노래한다. “말수 적던 / 울 엄니” “키 크고 멋진 / 영어 선생님” “45년 전 그 남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어찌 보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내 만인의 가슴에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영영 다시는 곁에 둘 수 없는 것들이 떠오르는 순간의 애잔함과 쓸쓸함이 잔뜩 배어 나오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무너질 듯 외로운 가슴에 누군가를 찾아갔지만 결국 마음만 내려놓고 돌아오는 우리네 발걸음을, 시인은 안다. 시인은 그 애잔한 마음을 건드려 우리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도 시로 풀어내는 전정예 시인의 시집 『여우랑 여우랑』. 그 안에는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 길을 찾아가는 / 길고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