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의학의 근대성에 관한 것이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 근대의학의 성립이 어떠한 제도적 틀에서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의학적 활동을 담는 제도적 틀은 다양한 수준에서 존재하겠지만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직접적인 틀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찍부터 중앙집권적 관료제를 발달시켜 온 동아시아에서 국가가 의학 발전과 의료 시술 방식에 미친 영향은 무척 크다. 그렇지만 국가라는 동일한 단어로 지칭되더라도 고대국가와 중세국가, 근대국가는 엄연히 다른 구성원리와 이념에 의해 운영되므로 그 틀에 담겨, 혹은 그와 병립하며 존재했던 의료가 시술되는 논리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를 통한 의료의 시술이 시대별로 어떠한 이념에 따라 이루어졌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이념의 차이가 의료의 근대성과 전근대성을 가르는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