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책’이라는 개념으로 독일의 근현대사를 분석해 당대의 정치세력이 대중 선동에 역사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그려낸 역사서.
‘역사정책’은 일반적으로 역사를 다루는 정부 정책을 뜻하지만, 이 책에서는 역사에 관련된 다양한 ‘역사적 실천 행위’를 포괄한다. 여기에는 대중의 역사의식이나 기념일·기념비·매스미디어·역사교육·학계의 논쟁 등, 사회 영역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방식의 역사 관련 행위가 모두 포함된다. 저자 에드가 볼프룸은 이런 의미의 ‘역사정책의 역사’를 중심으로 1870년의 프로이센-독일 통일부터 1990년에 독일이 재통일할 때까지의 독일 근현대사 100년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특히 독일 현대사의 최대 화두는 나치 독재 정권을 탄생시킨 과거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극복’이었다. 전후 독일인들은 학계의 논쟁, TV드라마와 축제, 전시회, 대중소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 인식을 재정립했는데, 이 과정 또한 당시의 역사정책과 밀접한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
이 책은 불과 한 세기 동안 바이마르공화국과 나치 독재,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분단과 통일 등을 차례로 겪은 독일의 역사를 ‘역사정책사’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당대의 정치세력이 현재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과거의 힘’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의심할 여지없는 정론의 역사가 실제로는 필요에 따라 조작·생산돼왔음을 폭로한다. 또한 ‘민족’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이 다양한 권력 의지와 이해관계의 엇갈림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드러냄으로써, 각각의 정치세력이 역사를 대중 선동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무기’로 활용했음을 명료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