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의 성찰과 통찰
영화감독은 저마다 갈고닦은 내공을 바탕으로 관객들이 알게 모르게 자신의 철학을 영화에 심어 놓는다. 그래서 세상에 선보이는 영화는 똑같은 법이 하나도 없다. 이걸 알아차리자면 그에 상응하는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혹 이런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고 특정 영화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영화평론가는 영화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철학, 역사, 문학, 음악, 미술 등 사회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그 영화에 대한 실마리를 잡고 연역해 들어간다. 그래서 평론가라면 사회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자신만의 합리화도 있어야 하고, 대중을 설득할 능력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통찰 없이는 불가능한 직업이라는 뜻이다.
오동진 평론가는 이 책에서 이미 성찰의 단계를 넘어 통찰의 단계로 들어선 듯하다. 불합리한 세상을 일갈하며 그 대안마저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평이란 것도 결국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는 듯이 권력, 자본, 인간의 존엄성 등 사회적 폭력에 대해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꾸짖고 있다. 게다가 문학이면 문학, 미술이면 미술, 음악이면 음악 등 온갖 지식을 동원한 글쓰기는 단순한 평론 작업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통찰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오동진 평론가는 그동안 직설적인 글쓰기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는데, 이 책에서도 명쾌한 자기 인식을 밑바탕으로 세상을 해부하듯이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또 이 책은 다각도로, 영화 내·외부는 물론이고 영화에 담긴 정신마저 발라내 하나의 추출물을 뽑아내서는 그것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풀어내고 있다. 글쓰기 또한 역사를 전공하고 문학을 통달한 사람답게 화끈한 매문맛과 시선을 잡아당기는 감칠맛이 어우러져 있어 곧장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나오고, 어느새 미소를 머금게 된다. 평론이 사람을 울리고 웃기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희망이 생기게 한다는 것을 이 책이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