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기가 엄마 집이고,
우리 집이야. 알았지?”
서른살에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복이, 만화가를 꿈꾸지만 꿈에는 한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다. 오래된 애인 고정신이 경복이의 유일한 희망이다. 6년간의 연애 끝에 동거를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경복이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도착한다.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언니의 집에서 탈출해 여관방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소식이다. 더이상 엄마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경복이는 남자친구와의 동거 계획을 포기하고 엄마를 동거인으로 맞게 된다.
만성적인 우울증뿐 아니라 경미한 청각장애까지 가진 엄마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평생을 시달려왔다. 아빠는 매일 술을 마시고 욕하고 때렸고, 엄마는 매일 맞고 아프고 울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힘없는 엄마 밑에서 자란 세 자매는 나이가 들며 제각기 고통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았다. 공부에 매진한 첫째 경혜, 외모를 가꾸는 데 몰두하는 둘째 경수, 만화를 통해 위안을 찾은 막내 경복. 유년기의 기억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던 경복이 과연 아픈 엄마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고통스럽지만 경복이의 불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지만 성폭행으로 직장마저 그만둔다. 엄마와 동거를 시작하며 애인과도 멀어져 결국 이별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개발로 살던 집에서마저 쫓겨나게 된다. 잇따른 불행에도 경복은 애써 일상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엄마는 급기야 약 복용을 중단하고 경미한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