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넉넉지 못한 수정이네는 방 한 칸에 거실이 딸린 자그마한 집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수정이는 자기 방을 만들어 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지혜는 예쁜 자기 방이 있고, 지혜네 강아지도 방이 있다며, 급기야 수정이는 마당에서 발견한 상자를 자기 방이라고 우기며 그 안에서 잠을 잔다. 상자 안에서 웅크리고 잠든 수정이를 본 수정이 아빠는 거실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자개함을 밖으로 내놓고 그 자리에 수정이 방을 꾸며 주자고 한다. 그러나 수정이 엄마는 외할머니의 유품인 자개함을 밖으로 내놓을 수 없다며 반대하지만 결국 아빠 뜻에 따른다.
자기 방이 생긴 첫날밤, 수정이는 꿈을 꾼다. 멋진 방이 감쪽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방을 찾아 헤매던 수정이는 자신과 꼭 닮은 회색 토끼를 만난다. 회색 토끼는 수정이에게 자신의 방을 구경시켜 준다. 회색 토끼도 수정이처럼 떼를 써서, 거실 한쪽에 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 뒤, 회색 토끼는 자기 방을 만드느라 밖에 내놓은 안락의자가 없어졌다고 걱정한다. 그런데 아빠가 안락의자를 숲 속에 잘 보관해 놓은 걸 보고, 엄마와 곧 태어날 동생에게 꼭 필요한 안락의자를 자신의 방에 갖다 놓겠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수정이도 방을 다시 찾게 되면 엄마의 소중한 자개함을 자신의 방으로 들여와 잘 보관하겠다고 결심하는데...
아이들은 수정이 엄마 아빠와 회색 토끼 아빠의 모습에서 끔찍이도 자식을 아끼고 위하는 부모의 애정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직설적이고 강압적인 교훈보다는 부드럽게 에둘러 말하는 교훈이 아이들에게는 좀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스며들기 때문이다. 또한 회색 토끼와 수정이처럼 부모님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아이들의 마음의 키는 쑤욱 자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