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는 헤겔의 주체부터 라캉의 주체에 이르기까지 ‘주체’ 문제에 천착한다. 버틀러가 보기에, 의식과 행동의 주인이라는 행위자는 담론과 권력이 작용하는 지점이자, 담론과 권력이 작용한 효과일 따름이다. 나의 자발적 선택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회가 나에게 제시한 보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버틀러는 특정한 주체들을 억압에서 해방시키는 독립적 행위자의 행위 역시 또 다른 구속이라는 견해에서, 구속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데 집중한다.
사라 살리의 『철학과 우울』은 주디스 버틀러의 연구를 연대기에 따라 검토하는 개설서이다. 버틀러의 새롭고 급진적인 사유 방식을 충실히 소개하는 이 책을 통해 버틀러의 사유가 갖는 창조적 에너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