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는 20세기 페미니즘 사상과 운동의 물꼬를 틔운 『제2의 성』의 저자이자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연인이자 지적 동반자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녀는 프랑스의 보수적인 철학적 전통 안에서 선구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다. 보부아르의 사유는 서구의 페미니즘 철학과 문학 연구, 근대적인 사회과학 사상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20세기 여성의 강력한 지적 역할 모델’이라고 불릴 만큼, 페미니즘 사상에 미친 영향은 깊고도 넓다.
그러나 보부아르에 대한 세간과 비평의 관심은 보부아르의 사유와 글쓰기보다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삶 자체, 특히 사르트르를 비롯한 동시대의 다른 남성 지식인들과 관계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이 책 『시몬 드 보부아르, 익숙한 타자』는 '『제2의 성』의 저자' 혹은 '사르트르의 동반자'라는 두 가지 고정관념의 틀 속에서 소비되는 '보부아르'라는 이름을, 사상가이자 철학자로서 되살려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