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깊이없는 다이제스트식 대중서들이 쏟아짐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패스트푸드가 몸을 망치듯 다이제스트식의 독서는 지적 영양결핍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이후출판사에서 출간하는 "B2B21 시리즈"는 바로 이런 의지를 담고 있는 기획물이다. 시리즈명 자체가"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asic)"는 뜻으로 비판적 인문 사회과학의 부흥을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이 시리즈는 영국의 오픈 유니버시티 출판부와 폴리티 출판사 등에서 나온 기본개념 시리즈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지식인과 학생들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교양과 학문의 기본을 갖추는 데 필요한 책들을 선별 출간한다는 취지 아래 나오고 있다.
제5권은 『파시즘』이다. '군사파쇼' 타도를 외치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이제 파시즘은 막걸리 잔 너머로 사라진 낭만적 시대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또는 홀로코스트의 악몽을 떠올리는 휴머니즘 영화의 단골 소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다시 일상적 파시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안에 파시즘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한다. 어떻게? 파시즘은 사회과학에서 가장 오용된 용어 중 하나다. 이런 오용은 사실 이 개념을 둘러싼 전통적 가정들에서 발전된 오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마크 네오클레우스는 파시즘의 본질과 관련된 핵심 쟁점들에 접근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이런 오해를 극복하고 있다.
네오클레우스는 파시즘을 모더니티와 자본주의, 민족국가의 사회적·정치적 모순 안에 위치시킨다. 그리고 파시즘의 주요한 특징은 계몽이 지닌 제1의 정치적 기획에 대한 반동임을 확인한다. 파시즘의 세 가지 중심 개념 --- 전쟁, 자연, 민족 --- 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파시즘은 모더니티가 지닌 파괴적 잠재력의 표현이자, 사회적 해방을 지향하는 모든 운동을 폭력으로 파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반동적 모더니즘의 한 형태로 제시된다. 파시즘에 의한 이성의 파괴는 계몽의 보편주의를 파괴했으며, 사회적 해방에 대한 보편적인 욕구를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침략적 민족주의로 바꾸어 버렸다는 것이다. 저자인 네오클레우스는 많은 저자들이 선호하는 시계열적 사례 분석보다는 파시즘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각각 개략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파시즘의 근저를 구성하는 원리들을 끈질기게 추적함으로써 모더니티와 함께 굳건히 살아 있는 파시즘의 존재를 환기시키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