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피레네 산맥을 넘다가 좌절하여 아편을 먹고 자살한 벤야민. 이 책은 바로 뛰어난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에 대한 회고록이며 이 분야의 명망있는 저서이다. 벤야민에 관하여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대부분의 정보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자 벤야민의 절친한 친구였던 게르숌 숄렘으로부터 온 것으로, 이 책은 벤야민에 대한 연구 자료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책이다.
벤야민과 숄렘이 주고받은 25년간의 편지를 근간으로 씌어진 이 책은 벤야민의 가정적, 사상적 배경을 가감없이 드러내 주며, 예민한 유태인으로서 광포한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벤야민의 고뇌와 족적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벤야민뿐 아니라 당대 유대계 형이상학의 거봉이었던 숄렘의 정신적 지평을 볼 수 있는 행운까지도 안게 된다. 즉 깊은 정신적 친화성과 공감에 바탕을 두면서도 사상의 지향성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는 정신, 하지만 이 차이를 누구보다도 더 잘 의식하면서 끊임없이 긴장과 유보와 비판과 우려를 진심에 담아 표현했던 두 거대한 정신의 생산적 교류의 역사를 보게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