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작가 애니 최의 가족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수다스럽고, 요구는 많지만 가족을 사랑하는 한국인 가정의 특성과 한국엄마의 강인하고 특이한 성격, 그리고 한국의 정서와는 다른 정체성을 형성하려고 애쓰는 딸의 과정을 깔끔한 문체와 특유의 재치로 잘 그려냈다.
이 책의 재미 요소는 단연 엄마와 딸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다. 동물 인형을 침대 가득 모아놓은 다섯 살짜리 딸을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엄마와 집안 가득 각종 기독교용품으로 도배를 하는 엄마를 딸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면에서 스타일이 다른 엄마와 딸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바로 패션에 관한 것이다. 애니는 서울에서 사촌들이 입던 이미 유행이 지나고 또 지난 옷들을 자신에게 입히는 엄마와 부딪힌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에서 건너온 친척들이 입던 헌 옷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계속 연락을 하고 가까이 지내기 위한 수단으로 표현하며, 엄마와 딸의 차이를 감정의 반목이 아니라 웃어넘길 수 있는 사건으로 기억되게 만든다.
이처럼 한국계 이민자로서 피할 수 없는 세대갈등과 문화충돌을 겪지만 자신의 경험들을 작가 특유의 밝은 심성으로 그려낸 『패션 테러리스트』는 기존의 재외교포 2, 3세들의 암울한 상황을 뒤엎을 한국인 이민 가정의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가 축을 이루는 밝은 느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