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문학은 운명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천승세의 작가의식과 함께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뉘는 그의 작품 세계, 즉 농어촌을 배경으로 하는 토속적인 세계와 도시 변두리 하류 인생에 대한 애정이라는 천승세 문학의 특장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이 그려내는 두 세계는 모두 근대화의 수혜에서 밀려난 소외된 민중의 삶과 사회의 모순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몇 년째 흉어에 시달리는 고립된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중편〈낙월도〉는 첫 번째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경제적 궁핍과 가부장적 남성 권력의 횡포로 인해 고통받는 낙월도 여인들의 삶을 통해 민중의 비극적 운명을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작가가 능숙하게 구사하는 전라도 토속 방언은 바닷가 여인들의 고단한 삶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표제작인〈황구의 비명〉등에 와서 작가의 시선은 1970년대 산업화 ? 근대화의 그늘인 도시 변두리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하류 인생으로 옮겨와, 개인과 사회의 갈등 및 현실의 모순을 좀 더 일상적인 차원에서 그려낸다. 소시민의 시선을 통해 양공주의 삶을 묘사한〈황구의 비명〉은 외세의 제국주의적인 자본의 위세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속물적인 소시민의 욕망을 묘파하는 가운데 당대의 현실을 서글프게 비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