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주의 이론의 쇄신, 재구성을 시도해온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 (Etienne Balibar)의 독자적인 정치, 역사 이론을 담고 있는 1997년의 저서 『대중들의 공포』이다.
발리바르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의 마지막 대가이면서 동시에 가장 결정적인 파괴자인 알튀세르의 제자로, 알튀세르가 망설였던 마르크스주의의 근원적 해체를 발리바르는 이 훨씬 더 진행시킨다. 무엇보다도 그는 하나의 역사, 정치이론 체계를 주장한 알튀세르와 달리, 마르크스주의의 계급적대의 문제설정을 유지하지만 마르크스의 것은 물론이고 알튀세르의 것과도 상이한 역사적 인과성의 도식을 가공하고 있으며, 마르크스적인 변혁의 정치를 기각하지 않지만 그것을 전위시키고 다른 종류의 해방적 정치 개념들과 절합하려 시도하고 있다. 『대중들의 공포』는 그의 포스트-알튀세르적인 마르크스주의 재구성 작업의 성과들이 가장 집약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저작이다.
이 책의 제1부를 이루는 논문 「정치의 세 개념 : 해방, 변혁, 시민인륜」에서 발리바르는 역사유물론의 일종의 새로운 틀, 세계변혁 이론의 일종의 새로운 틀이라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한다. 「근대성들 : 인민, 국가, 혁명」이라는 제목의 제2부 논문들에서 그는 스피노자와 루소의 반근대적인 전복적 정치사상을 다루며, 칸트와 피히테의 정치철학 사상에서 해방적 정치이론의 구성에 유효한 요소들을 추출한다. 「맑스주의에서의 이데올로기의 동요」라는 제목의 제3부의 4편의 논문들에서는 그는 마르크스의 역사이론과 정치이론의 내재적 모순과 맹점들을 ‘이데올로기 개념의 동요’를 축으로 하여 검토하고, 자신의 이후의 포스트-알튀세르적 마르크스주의 재구성 작업의 방향을 예비한다. 「또 다른 장면 : 폭력, 경계, 보편성」이라는 제목의 제4부의 6편의 논문들에서는 해방적 정치사상들, 해방적 실천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체계적인 이론적 인식에 실패한 인종주의, 민족주의, 국민국가의 문제, 특히 폭력과 대항폭력의 문제에 대한 독자적인 사고의 틀을 제시한다. 제5부를 이루는 논문 「보편적인 것들」에서는 정치의 세 가지 보편의 계기들, 즉 프롤레타리아운동, 여성해방운동, 소수자운동 등 해방적 운동들의 현실적, 허구적, 이상적 보편성에 대한 독자적 사고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