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흔히 말하듯이 문자가 언어보다 위계가 낮은 이차적인 체계가 아니라, 완전한 기능을 가진 독자적인 언어 실현 형태라는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존의 언어학 분야에서 문자는 사실상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고작해야 문자학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문자의 기원과 발달 과정, 그리고 문자유형 정도만이 취급되었을 뿐이다.
이 책은 문자에 대한 인식 지평을 크게 확장시켜 문자의 양상에 관한 모든 것, 가령 문자유형과 문자체계, 문자의 역사, 자소론, 정서법, 문자언어 습득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익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의 글쓰기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SMS)에 투영된 글자 모습, 그리고 최근의 독일어 정서법 개혁의 전개 과정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주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또한 알파벳이 사용되는 서양의 언어를 중심으로 분석하였지만, 우리나라 언어인 ‘한글’, 중국의 언어인 ‘한자’, 일본의 언어인 ‘가나’문자까지 분석하여, 일종의 언어학이 그렇듯 서양언어의 분석에만 그치지 않고, 동양의 언어까지 분석하여 그 언어학의 고루함을 덜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어학의 관심 영역 밖에 머물렀던 타이포그래피 분야를 최초로 언어학의 한 분야로 끌어들여 언어학이 매체, 광고, 기호학, 시각정보 디자인, 영상, 출판 분야로까지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