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그림책『기적의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어느 여름에 관한 고전적인 이야기로 1958년 가장 뛰어난 미국 그림책으로 선정돼 칼데콧 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기적'이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 놓은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 가족이 미국 메인 주의 어느 섬에서 보낸 여름이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은 한 편의 시와 같은 맥클로스키의 글과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그 여름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보여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책을 따라 메인 주의 여러 섬을 다니다 보면 그 곳 사람들의 바다와 해변에 대한 사랑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 물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청어를 잡아먹는 거북 일가족, 물에 비치는 별빛들, 철썩이는 파도 소리, 그 소리를 듣고 키득키득 깔깔깔 웃는 갈매기와 가마우지들의 웃음소리, 고사리가 돌돌 말린 머리를 펴는 소리, 햇빛을 받으며 바닷가에서 노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마치 그림 속에서 그 소리들이 들리는 듯 합니다.
이런 고요하고 아름다운 섬에 태풍이 몰려옵니다. 새들을 보면, 바다를 보면, 종 소리를 들으면 태풍이 언제쯤 불어닥칠지 알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배를 점검하고 먹을 것을 준비합니다. 태풍을 잘 견뎌내야 하니까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길이 나 있고, 인디언이 조개더미 같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변으로 밀려온 해초를 정원 비료로 쓰기 위해 거두어들이고 나면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아름다운 여름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몰려오는 태풍에 대비할 때의 흥분, 태풍에 넘어진 거대한 나무의 밑동과 가지 꼭대기를 탐험할 때의 놀라움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맥클로스키는 『기적의 시간』에서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서정 넘치는 문학적 언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아름다운 언어는 아이들에게 분명하게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가 흔히 보아 오던 자연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인 줄 이 그림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또 자연의 아름다운 섭리도. 이 그림책은 두고두고 보고 싶고 아껴 보고 싶은 책입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즐겁습니다.
--- 문학과지성사 어린이 도서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