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은 100종 넘는 이본이 있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판소리와 소설로 사랑받고 있다. 이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독자의 참여가 활발했다는 뜻이다. 에는 세 인물이 나온다. 평생 주색잡기에 묻혀 살다 병이 난 늙다리 용왕, 변변한 벼슬 한번 못 하다가 이참에 토끼 바쳐 팔자 고치려는 자라, 산수간에서 여덟 가지 고난에 지쳐 덜컥 수궁행을 결심한 토끼. 셋은 모두 목숨을 걸고 맞서고 있다.
동물들이 벌이는 재치 대결이자 우스개이니 만큼 그저 웃으면서 읽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봉건 군주와 관료를 겨누고 있는 예리한 칼날을 보게 된다. 어쩌면 우화 소설의 모양을 띠었기에 이런 심각한 주제를 감당할 수 있었으리라. 아무리 토끼가 경망스럽고 숱한 흠이 있다 해도 그는 새 세상을 바라는 쪽이고, 자라가 아무리 충직하고 바른 인물이라 해도 그는 왕이 다스리는 낡은 체제를 떠받드는 쪽이다. 이 책에는 과 도 함께 실려 있어, 조상들이 즐긴 우화 소설을 읽으며, 동물의 입을 빌려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살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