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의 해체철학자 자크 데리다와 그의 제자로서 기술철학자인 베르나르 스티글러가 텔레비전을 비롯한 매체 및 기술에 관해 나눈 대담을 촬영하여 글로 묶은 것이다. 대담을 통해 저자들은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현대 영상 매체 및 기술에 직접 참여하고, 영상 매체가 촉발시키고 있는 변화를 체험하며, 더 나아가 이 변화의 조건, 가능성과 한계를 평가하고 있다.
이 책에서 데리다는 세계화의 역설적인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국가, 지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화가 촉진될수록 자신만의 사적인 공간에 머물고자 하는 반작용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역설적인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텔레비전이다.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은밀한 사적 영역 속에 고립되면서도, 타자의 끊임없는 틈입을 허용한다. 이러한 텔레비전과 그로 대표되는 매체에 대한 내재적 탐색을 통해, 그는 현실 사회주의의 종언 이후 폭력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모색한다.
난해하고 치밀한 논의로 정평이 난 데리다의 다른 저작에 비해 이 책은 대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비교적 쉬운 어법을 보여주고 있다. 상세한 역주까지 있어 데리다의 저작을 처음 대하는 독자들도 그의 사상을 쉽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