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건국의 공신으로서 주자학을 통해 국가의 틀을 마련했던 정도전의 사상과 행동을 통해서 숨가빴던 당시의 국내와 국제 정세의 변화를 연대순에 따라 묘사하고 있는 책이다. 정도전은 주자학의 이념과 원리를 받아들여 그것에 맹목적으로 집착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제약 속에서 자신의 논리를 세워가며 현실과 이념의 차를 좁혀보려고 고투했던 정치가이다.
조선 건국 속 주자학이라는 이념과, 현실의 적나라한 권력욕이 얽히면서 이방원, 정몽주, 정도전 등의 인물들이 살아간 여말선초의 역사상을 새롭게 조명하면서, 주인공 정도전의 사상과 정치행위의 실상에 접근하여 정치가로서의 진면목을 밝히고 있다.
한반도에서 주자학의 수용 및 적용의 역사는 1290년부터 1910년까지 600여 년에 이르는데, 이 책에서는 그 최초의 시기에 해당하는 1290년부터 조선 건국 직후인 1398년의 무인정변(戊寅政變)까지를 다루고 있다. 정도전에 관한 기존 이해에 의문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 책은, 기존 연구의 두 가지 접근법, 즉 주자학의 수용과정에 관련된 인물들의 사상 내용을 소개하는 철학 계통의 접근법과 조선 건국을 둘러싸고 전개된 정치적 사건들을 서술하는 사학 계통의 접근법에서 설명되기 어려웠던, 수용된 주자학이 구체적인 정치의 장에 적용될 때 어떠한 양상을 나타냈는가라는 정치사상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를 규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