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하게 읽는다』는 일본 근대 여명기에 탄생한 후쿠자와 유키치의 명저, 『문명론의 개략』을 통해 인민 자립의 국민주의와 국가 지상의 국가주의라는 서로 다른 두 주제가 격렬히 대립하며 19세기 초의 신생국가 일본을 형성해나간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사상사 연구서이다.
일본의 대표적 석학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는 “근대주의적인 시각을 넘어서” 자신의 사상사 방법론에 기반한 다시 읽기를 시도했다. 그는 근대를 넘어선 자리에서 근대사와 사상사를 거시적으로 되돌아보는(해체해가는) ‘탈근대’적인 입장에서, 후쿠자와 유키치의 일본국가론이라 할 수 있을 『문명론의 개략』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이 책은 일본 사상사의 고전이라는 관점으로 『문명론의 개략』을 읽는 것을 거부하며, 교양주의적 담론이 아닌 근대 일본의 자기검증이자 “현대 일본의 진로라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이해하고자 한다.
고야스가 읽어낸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모습은 정부와 인민의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는, 19세기 초에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웠던 ‘급진적 자유주의자’에 가깝다. 그렇지만 후쿠자와 문명론의 핵심인 인민 자립의 ‘민권사상’은, 일본 근대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천황제적 신민주의에 흡수되고 말았다. 이를 통해 저자는 “다시 한 번 정상국가(summit)의 일원이 된 현대의 일본은 여전히 같은 진로 위에 있으면서 ‘서쪽’을 향하는 19세기 근대국가 일본의 모습 그대로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