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일어났던 9·11 테러 사건은 분명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면이 작지 않다. 앨빈 토플러는 이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그의 저서『탈근대 시대의 전쟁과 반전쟁』에서 “지구촌 분쟁의 본질은 문명 충돌”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앞으로의 세계는 이데올로기 전쟁이 아닌 문화와 문명, 구체적으로는 서구 기독교 문명과 동양의 유교 및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새뮤엘 헌팅턴의 지적도 일부분은 수긍할 만하다. 토플러나 헌팅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다름 아닌 ‘문명의 공존’이다. ‘타자와의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 다시 말해 ‘문명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때 9·11테러 사건과도 같은 충돌이 빚어진다는 건 자명하다. 과연 문명의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현대 한국 사회가 다양성의 지평 위에서 타자의 존재를 승인할 수 있기 위해서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역사적 경험을 제대로 반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서양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타자로 표상했는지 살피고 있다. 즉 근대 이전 시기의 조선인들을 낯설게 느끼고 타자적인 존재로 표상했던 사람들 가운데 서양인 선교사들이 남기 기록을 통해 우리의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었는지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