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세기 중세의 어느 수도사가 쓴 결혼에 대한 열다섯 가지 견해다. 제목에서도 짐작했겠지만 수도사가 쓴 결혼에 대한 예찬? 결코 아니다. 하루종일 시달리다 들어온 남편을 부려먹는 것은 물론, 갖은 아양에 호들갑으로 순진한 남편을 꼬들겨 값비싼 사치품과 드레스를 뽑아내고, 이웃과 친척까지 공모해서 남편을 거덜내는 데다 남편 몰래 바람까지 피는 아내. 그런 고달픈 결혼 생활의 요목조목을 15가지 항목을 나눈 뒤, 결혼 생활의 슬픔(!)을 충분히 야유하고 풍자하고 있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그리하야 그는 생을 탕진하고 비참하게 생애를 마감하게 될 것이다~"로 끝나는 이 책은,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읽히는 중세 풍자문학의 고전이다.
작가는 중세의 결혼 생활 풍속도를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위트넘치는 문제로 결혼 생활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한편, 뛰어난 심리 묘사를 통해 결혼에 대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폭로한다. 착하고 바보같은 남자와 다소곳하지만 약삭빠른 여자의 다채로운 결혼 생활. 결혼이라는 스스로 선택한 예속 상태와 자유로운 상태를 현격하게 비교함으로써, 욕망의 통풍구가 없던 각박한 중세 시대에 신선한 자유의 개념을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