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억압자의 교육학’ 이라 불리는 ‘페다고지’,

별로 두껍지도 않은 책인데도 거의 2주간에 걸쳐 찔끔찔끔 읽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나 할까? 서문에도 도달하기 전에 소개한 매사추세츠 대학 교수인 '도나우두 마세두'의 소개하는 글이 장장 24페이지에 걸쳐 너무나 길었고, 저자 서문 역시도 20페이지에 달해 정작 본문을 읽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며칠 동안이나 본문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체 책 만 들고 다녔으니....

역시 본문은 내 사고의 한계 내지 생각의 틀을 깨기에 충분했다. 소위 억압자들이라고 하는 가진 자들의 피 억압자들을 조작하기 위한 야비한 속셈을 알아챘다는 느낌이다.

피억압자는 억압자의 이미지를 내면화하고(억압자의 생활방식에 대해 강렬한 매력을 느끼고, 그 생활방식을 닮고자 하며 모방하고 추종하고자 한다.)있기 때문에 억압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질서를 명확히 인식할 수 없다. 그들은 이 질서의 구속아래 부대끼면서 살아가다 이따금 일종의 수평적 폭력성을 발산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소한 이유로 동료들과 다투는 것이 그런 사례다. 억압자에게는 자신들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에 화를 내지도 못하고 집에서 화를 출고, 슬 마시는 걸로 슬픔을 달래려고 할 뿐, 감히 억압자에겐 열등감을 느낄 뿐이다.

프레이리는 이를 극복하고, 벗어나기 위해 해방 투쟁을 참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 투쟁의 측면에 혁명지도부로서의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교사는 자신의 의식화 내지는 피억압자로서의 투쟁의 필요성을 확신하기 위한 인간화 교육으로 학생 자신의 의식을 스스로 표현하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교사는 피억압자이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위에서 정해주는 교육과정에 맞춰 억압자의 역할까지도 행하고 있겠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들이 어쩌면 피억압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길들이기 연습이나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억압자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억압을 재생산하기 위한 ‘은행 저금식 교육’ 방식의 예를 보면,

1.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배운다.

2. 교사는 모든 것을 알고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3. 교사는 생각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생각의 대상이다.

4. 교사는 말하고 학생들은 얌전히 듣는다.

5. 교사는 훈련을 시키고 학생들은 훈련을 받는다.

6. 교사는 자기 마음대로 선택하고 학생들은 실행하며 학생들은 그에 순응한다.

7. 교사는 행동하고 학생들은 교사의 행동을 통해 행동한다는 환상을 갖는다.

8. 교사는 교육 내용을 선택하고 학생들은 거기에 따른다.

9. 교사는 지식의 권위를 자신의 직업상의 권위와 혼동하면서 학생들의 자유에 대해 대립적인 위치에 있고자 한다.

10. 교사는 학습과정의 주체이고 학생들은 단지 객체일 뿐이다.

프리이리는 우선 지금의 교육방식을 은행 저축 통장에 돈을 쌓아 놓는 것과 같은 '은행 저축식 교육'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비판한다. 즉, 학생들은 머릿속에 교사가 가르쳐주는 소위 '지식'만을 담아 넣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은 오히려 인간 해방의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

대신에 이를 극복하는 해방교육의 방법으로서 '문제제기식 교육'이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는 억눌린 자를 위한 역사적 실천으로서 '대화식 교육'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화란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존재해야 가능한 것이며 성찰과 행동이 결합된 대화는 세계를 변혁시키고 인간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지고보면 교사 역시 학생이었을 때가 있어왔고, 또한 은행 저금식 교육에 길들여져 왔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그렇게 행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온 점도 있겠다. 나 역시 그래왔고, 또한 주변의 동료들의 대부분도 그저 위에서 내려오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급급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의 교육방식이 어떤 인간을 길러내는 지에는 관심을 기울일 여력도 없이, 각종 연수라고 행해지는 건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을 익히고, 새롭게 들여오는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한 것과 각 교과마다 방법론적인 교수 방법, 등에 구한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교사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이런 책을 찾아서 읽지 않는 이상은 생각도 해보지 않는다.

그나마 이 책은 7,80년대를 거치면서 금서로 정해져 ‘페다고지’를 소유한 것만으로도 감옥에 가야했던 시절을 거쳐, 1995년에야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에도 겉으로 보기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억압을 억압으로 느끼지 못하게 조작하는 침묵의 문화를 조장하고 있는 이 시대에 교육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꼭 읽고서 저마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날의 우리의 학교가 의식화하는 것으로 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려고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제고사를 치르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해고당하는가 하면, 시국선언에 동참내지는 서명했다고 해직이나 징계를 가하질 않나, 노조에게도 정부 정책에 어떤 반대도 못하게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말이다.

하지만 교육마저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에 맞춰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교육을 위해 고민한다면, 인간해방을 위한 교육을 위한 지침서로서 이 책에 담겨있는 보물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