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역사』는 1995년 데뷔작 『Behind the Scenes at the Museum』으로 ‘휘트브레드 올해의 책’ 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국 작가 케이트 앳킨슨이 2004년에 발표한 잭슨 브로디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세 가정의 슬픔과 고통, 그리고 그 치유과정을 고전적인 탐정소설의 틀을 빌려 완성하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는 가정문제에서 야기된 비극을 미스터리 드라마의 틀에 담아 탐구하고 있는 문학적인 범죄소설로,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기법을 따르면서도 범인 찾기나 수수께끼 풀이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 가지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구한 사연에 주목하며 그들과 고통을 함께하려는 탐정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세 가지 사건이 한 권에서 다뤄지는 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구성도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듯하지만 다양한 화자가 각각 이야기를 서술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어 그들 각자의 인생에 얽혀있는 문제와 사건의 연관성을 추적해가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아이러니한 인생과 고통의 세월을 인내하며 숨죽여 살아야 했던 여성들을 애정에 찬 눈길로 응시하는 작가의 뛰어난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아내로부터 이혼당해 주말에만 딸을 만날 수 있는 전직 경찰이자 현직 사립탐정인 잭슨 브로디는 과거에 가족을 잃은 세 가지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조사에 나선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가족들이 사랑했던 딸이라는 점이다. 자신도 딸을 키우는 입장에 있는 잭슨은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는 세 사건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복잡하게 얽힌 과거사의 흔적들을 하나씩 들추어내며 진실을 추적해가던 잭슨은 엉뚱하게도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