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명랑한 밤길"...
읽는 내내 그 고단한 삶 때문에 마음 아팠다.
그렇게 고단한 삶이 펼쳐질줄 몰랐고, 그런 인생이 내 인생이 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 또한 인생이 아닐까?

태어난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어서 남편과 상의해서 내려온 횟집.
여름에는 관광객들 덕에 정신 없는 하루가 이어지지만 그게 다
돈을 벌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 같아 좋았다.
그날... 그날 아침 내가 남편에게 나가서 횟집 주인아저씨를 도와주라고만 하지 않았다면...
횟집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 왔고 그걸 막다가 횟집 주인은 살았지만
남편은...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제 백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보며 그렇게 울었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설상 가상으로 횟집 주인은 나가라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가을)

민족까지 들먹일 것도 없이 어떤 가족에게도 즐겁지 않은 추석을 그들만이 재밌지, 재밌지 하면서
추석은 언제나 재밌어야 할 의무가 있고 명랑해야 할 의무가 있고 즐거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종주먹을 들이미는 것 같았다.
여자들에게 명절은 먹거나 말거나, 맛있거나 말거나, 즐겁가나 말거나, 괴롭거나 말거나 음식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주어지는 것처럼. (비오는 달밤 page 180)

재혼가정의 성이 다른 아이가 (엄마가 데리고 온) 추석날 다른 사촌들과의 어울리지 못하는 명절을,
사업에 실패한 시동생의 횡포가 있는 명절을,
시어머니의 내가 죽일년이다 내가 죽일년... 탄식소리가 자동 테이프 돌아가듯 한탄으로 끝맺는 명절을..
보내야 하는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또 그렇게 얼굴을 맞대고 있다. (비오는 달밤)

세상이... 돌싱이거나, 재혼가정이거나, 그냥 노처녀이거나, 이혼했거나...
어떤 딱지(?)를 가지고 있는 여자에게는 결코 녹녹치 않다.
나는 세상의 그런 시선에 자유롭고 당당하다 생각해도 타인의 시선들은 그 여자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열심히 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삐닥한 시선들이란...

그래도 소설은 마냥 우울하고 마냥 슬프지 않다.
질긴 삶속에서 활기를 가지고 낙천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는 사람들.
어떤 님의 말씀처럼 구질구질한 삶을 전혀 구질구질하게 표현하지 않은 삶이, 이 책에 녹아 있다.

내 주변에도 돌아온 님, 아직 결혼하지 않은 님들이 있다.
많지는 않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사랑을 하고, 미래를 만들어 간다.
나와 조금 다른 것,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모양의 삶을 산다고해서 그들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듯이 내가 정답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조금 구질구질할 수 있어도.. (가끔은 나도 구질구질해질때도 있으니 ^^) 유머있게 재미있게 살라고...
그렇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