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은 재일조선인 지식인 서경식과 서로주체성의 철학자 김상봉이 2007년 5월 19일부터 8월 15일까지 아홉 차례, 40시간에 걸쳐 나눈 대담을 정리한 것으로 각각 외부와 내부, 작가와 철학자의 시선으로 민족주의·탈민족주의·국민국가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를 고민하고, 형식적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새로운 과제들을 성찰하고 있는 책이다.
외세와 독재만이 아니라 민족·국가·자본, 신 등 온갖 사이비 절대자들로부터의 참된 해방이란 무엇인가? 그런 참된 해방을 위해 함께 싸우고 함께 새로운 공동체를 꾸릴 ‘우리’는 누구이며 누구여야 하는가?
대담은 5·18, 6·10 등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짚어나가면서 비정규직 문제, 통일 문제, 교육 문제 등 현실의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것을 20세기 세계사와 연결시키며 보편적 과제를 도출해낸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언어의 문제에서 교양과 예술의 문제를 거쳐 종교와 형이상학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던져진 물음의 크기에 옹색하지 않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서경식으로서는 연구교수로 서울에서 보냈던 2년간의 조국 생활을 정리하는 의미를, 김상봉으로서는 ‘거리의 철학자’에서 ‘5·18의 철학자’로 변신한 후 새로이 시도된 작업을 중간정리하는 의미를 가진 대담이기에, 관습화된 형식과 수위를 과감하게 넘어서는 진솔하고도 진지한 그 순간을 담아내고자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