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 낭자에게 부치나니,
그리운 낭자를 어느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고 생각지 아니한 때도 없더이다.
한 번 이별하매 배조차 띄울 수 없는 약수가 앞을 가로막고
소식 전할 파랑새조차 아득하니,
서산에 지는 해와 동산에 돋는 달을 바라보며 속절없이 간장만 태울 뿐이오이다.
이 밤 삽사리가 달려와서 소식을 전해 주니 그 반가움 어이 다 말하리오.
그대의 아리따운 얼굴을 대한 듯 가슴이 더워지나이다.”
『숙향전』은 조선 여성들의 삶과 꿈을 담은 애정소설이다. 이산과 숙향이 서로를 그리는 간절한 마음, 자신의 의지로 기어이 사랑을 이루고 마는 적극적인 의지를 지닌 숙향을 통해 당대 독자들은 자유연애의 들뜬 분위기를 느꼈을 것이다. 또한 주인공 숙향의 고락이 역동적으로 펼쳐지면서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천상-지상의 교직이라는 판타지가 무한히 펼쳐지기에 이 책을 최고의 신성 소설로 꼽기도 한다.
『숙향전』에서 눈에 띄는 또다른 점은 신분을 넘어선 사랑과 부모에게 알리지 않는 혼인에 대한 내러티브이다. 이 것은 그 당시 남녀간의 애정을 가로막는 장애들을 극복하는 두 사람을 통해 낭만적인 형식으로 신분제의 모순을 뛰어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숙향은 춘향의 선배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보리출판사에서 출판하는 겨레고전문학선집 제 30권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