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가 개창한 지 100년 무렵, 조선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권력 투쟁이 벌어졌다. 성종과 연산군 그리고 중종을 둘러싸고 '조선 최초의 사화, 그리고 조선 최초의 반정'이 등장할 만큼, 왕과 신하를 둘러싼 정치투쟁은 너무도 절박한 것이었다.
성종은 안정된 정치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그의 아들 연산군은 기존의 모든 시스템을 부정하려고 했다. 그 와중에 피를 부르는 '사화'가 벌어졌고, 다시 비극적인 '반정'을 통해 중종이 등장했다. '대신을 견제하려던 성종', '신권 우위에 저항한 연산군', 그리고 '훈구세력을 개혁하려 했던 중종'의 드라마는 이 때문에 이후 조선조 내내 하나의 정치적 상징이 되었다.
저자 김범은 이런 정치적 무대에 등장했던 신하들을 '훈구와 사림'으로 나누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도에 반대하면서, 이들을 오히려 '대신과 삼사'라는 직책에 따라 주체적으로 대응했던 정치적 주체로 다시 호명한다. 그들이 당시의 정치 무대에서 단지 고정적인 캐릭터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역동적인 정치적 사건에 따라 주체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로 다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정치사의 드라마를 흥미롭게 읽는 데 그치기보다는, 그 시대가 안고 있던 역사적 고뇌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깊고 큰 시선'을 이 책에서 드러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