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동화들에는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도 화려한 주인공도 없지만, 자극적인 소재주의 동화나 유행에 편승한 판타지동화 들이 주지 못하는 잔잔한 울림이 있다. 생활환경이 날로 급변하고 척작해지는 이 시대에 묵묵히 이웃애와 정, 오랜 상처의 치유에 천착하는 그의 동화들은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순박함과 따뜻함은 오랫동안 '동화'가 놓치지 않으며 애써온 '동심의 회복'에 잇닿으며,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의 어린이에게 오히려 절박한 것이 된다.
표제작 「그 빡에 여러 분」은 온 세상을 보는 작가의 시선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버려진 폐교를 '자연학교'로 일구고도 그 기념비 말미의 '그 밖에 여러 분'에 오롯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말로 애쓴 사람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 법"이라는 것을 이들은 잘 안다. 박수를 받고 축사를 하고 행사장 테이프를 끊는 사람들보다 독자들의 박수를 받는 이들은 바로 '앞세워지는 이들 바깥에 있는 여러 사람'이다. 숨은 조언들을 살피는 작가의 눈길이 미덥다. 이 눈길은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어린 독자들에게는 가장 든든한 응원일 것이다.